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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6/12/31 10:59 Lifelog/Polska


  유럽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 구정이나 추석처럼 온 가족이 모이는 큰 명절이다.  유럽에 사는 교환학생들은 모두 자기 집으로 돌아갔고, 난 flatmate인 Aisa네 집에서 며칠 간 머물며 전통적인 폴란드인의 크리스마스를 맛보았다. Asia네 집은 바르샤바에서 차를 타고 3시간 정도 가야하는데, 매 명절마다 아침 일찍일어나서 고속도로를 타고 전주에 가는 기분이었다. 폴란드의 창밖 풍경은 끊임없는 평지뿐이라 지루하기 그지없다. 아무튼 난 가는 동안 차 뒷자석에서 입 벌린채 잠을 잤다.  


 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기 시작했다. 집 안에도 우리나라에서처럼 가짜 트리가 아닌 진짜 나무에다가 장식을 한다.  우리 집엔 트리가 없어서 초등학교 때 열매네 집에서 트리를 꾸며 본 후 몇 십년 만에 꾸며보는 트리였다. 트리에 빨간 양말을 달면서 산타할아버지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마냥 부풀어서...


  Asia네 아빠는 사냥을 하셔 집에는 영화에서나 본 사슴 뿔, 동물가죽, 새들이 벽에 붙어있었다. 사슴뿔에다가는 내가 장식했지롱...



  밑은 2층에 있는 Asia방인데 집이 모두 나무로 되어 있고, 막 벽에 동물들이 붙어있고 그러니깐 꼭 산장에 온 느낌이었다. 동네가 완전 시골이고 집은 할아버지 때부터 살던 곳이라고 하는데 집은 너무 좋았다.


 
  Asia 엄마는 명절상 차리는 며느리처럼 하루종일 음식하느라 분주하셨다. 오후에는 같이 거들면서 이브상을 셋팅했다. 신기한 것은 한 사람 여유분을 더 준비하는데, 성경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.(성모 마리아가 지나가다가 어느 집에나 들릴 수 있도록...) 그리고 12가지 음식을 준비한다. 테이블 준비가 다 끝나고 할머니, 할아버지가 십자가를 들고 오셨다. 테이블에 십자가를 놓은 후 다 같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 다음 쌀로 만든 얇은 케익 같은게 있는데 그걸 들고 다니면서 서로에게 행운을 빌어주고 상대방의 케익을 뜯어먹는다.



  짜잔~
밑은 크리스마스 이브 상이다. 이브는 금육이라 생선이랑 야채만 먹는다.
이제까지 내가 먹어 본 폴란드 음식은 맛이 없어서, 폴란드 음식은 구리다고 생각했다. 그런데 이번 연휴동안 그 생각이 싹 바꼈다. 아줌마가 해주신 음식은 정말 하나도 안 빼고 너무너무  맛있었다. 특히나 밑에 보이는 케익, 파이는 아줌마가 직접 만드신 건데 베이커리에서 파는 거랑은 비교도 안된다. 일단 재료 자체가 너무 좋기 때문에... Asia네 집에 있는 동안 저 달디 단 케익들을 이가 시리도록, 뱃살이 겹치도록 먹었다. 평생토록 못 잊을 만큼 맛있었다. 우리 엄마도 한국음식 요리실력만큼 빵이랑 케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. ㅋㅋㅋ 아저씨가 직접 사냥한 야생 토끼, 야생 오리, 야생 돼지, 직접 만든 소세지,  싱싱한 계란 등 자연식품을 많이 먹었다.









한국에서는 어렸을 때나 크리스마스 선물 받고 커서는 연인끼리나 선물을 주고 받는데, 유럽애들은 몇 달 전부터 가족 선물을 준비하고, 크리스마스 때가 다가오면 쇼핑몰에는 두손 가득히 선물을 사느라 정신이 없다.

식사가 끝나고 선물 증정식(?)이 거행됐다. 기대도 안 했는데, Asia가 내 선물도 준비했더라.. 나도 한국에서 가져간 물건들을 선물했는데 다들 신기해 했다. 아줌마께는 부채를 선물했는데 너무 좋아하셔서 기분이 좋았다.





Marta & Asia


   크리스마스 날에는 근처 성당에 가서 미사도 보고 왔다.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, 미사 형식은 똑같았다. 미사보는 동안 이런 생각을 했다. 옛 통치자가 밑 사람들을 잘 다스리기 위해 종교라는 것을 만들어내고, 신은 인간의 영역을 뛰어 넘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크고 화려하고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못 만들 것 같은 신전=성당을 만들었고, 그 종교 의식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고 이브 날에 금육하는 것도 고기를 계속 먹으면 안 좋기 때문에 그렇게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.....    (참조: 난 천주교 신자)


 
  난 어렸을 때 부터 아파트에서 살았다. 우리집엔 굴뚝이 없어서 산타할아버지가 어떻게 선물을 놓고 갈까가 항상 의문이었다. 아무래도 열쇠가 없으니 현관문으로는 못 올테고 루돌프를 타고 창문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. 그래서 이브 날 밤에 창문 잠금장치를 열기 시작했다. 엄마는 바람들어오니깐 다시 잠그고, 난 그럼 산타할아버지가 못들어 온다고 또 열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. Asia 동네 집들을 보니 다 굴뚝이 있더라... 예수님도 그렇고 산타도 그렇고 동양적 환경에서는 절대 나올 수가 없다.


  대학생이 되면 크리스마스는 남자친구와 함께 보낼 줄 알았건만 이번해도 회색 크리스마스였다.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는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는 요란버쩍한 크리스마스가 아닌 차분하고 평온한,  그리고 생각을 많이 한 크리스마스였다. (물론 많이 먹기도 하고...)


23rd~26th Dec 2006
posted by yeonwooh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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